2009. 1. 24. 07:40

[현장] 버락 후세인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제44대 미국 대통령인 버락 후세인 오바마의 취임식이 미국 동부 시각 2009년 1월 20일 오전 11시에 열렸다. 이번 취임식은 56번째 미국 대통령 취임식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인 취임식으로 기록되었다고 한다. 

 수많은 미국인들이 역사적인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모여 들었고, 최종 백팔십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행사가 진행 되었다. 이날 워싱턴 DC의 METRO를 이용해 취임식을 찾은 사람이 백만명이 넘을 정도로 엄청난 인파가 몰려 들었다.

 이곳 미네소타에서 톰 아저씨와 로져 아저씨, 켄 아저씨와 함께 차를 몰고 워싱턴 DC 인근의 알렉산드리아로 와서 하룻밤을 묵고 행사장을 찾았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새벽 4시에 출발 하였으나, 이미 도로가 통제되어 우회도로를 찾느냐고 1시간을 허비 약 5시 경에서야 메트로 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메트로를 이용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고, 메트로 주차장에 진입하여 차를 주차하는 데만 30분이 소요되었다. 우여 곡절 끝에 메트로에 탑승해서 행사장 인근의 역인 르판 프라자에 도착한 시각이 6시 10분 경이었다. 메트로에서 내리자 엄청난 사람을 목격할 수 있었다. 역에서 빠져 나오는 데만 20분이 걸릴 정도로 엄청나게 사람이 몰렸지만, 모두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한다는 기쁨에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였다. 간혹 사람들과 부딪치며 짜증이 날법한 상황도 연출 되었지만, 모두 질서 정연하게 역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역 내에서 기다림에 지쳐 "Yes, we can!"이나 "Obama"를 외치며 축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역 내에서 다 함께 외치는 구호는 소리가 꽤나 크게 울려 퍼졌다. 마치 2002년도의 한국 월드컵 응원의 느낌이 내 가슴속에 퍼졌다.

 역을 빠져 나와 티켓 없이 관람할 수 있는 곳중 가장 가까운 곳인 4 Street로 향하려 했으나 이미 많은 사람들도 인해 통제가 된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12 Street로 우회하여 광장에 진입할 수 있었고, 다시 행사가 열리는 Capital 건물 쪽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9 Street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나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이리 저리 돌아 다녔지만 최대한 접근 할 수 있는 곳은 7 Street였다. 그
곳에서 통제가 이루어져 더이상 접근할 수 없었다. 최대한 사람이 한산하면서 적당한 각도로 대형 
스크린과 캐피탈 건물을 찍을 수 있는 곳에 자리 잡고 사진들을 찍었다. 전날 침낭을 가져와 이곳에서 노숙을 한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으며, 모두 추위를 대비하여 옷을 두텁게 입고 행사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행사에서 유명인들의 연설이 이루어 지고 있었고, 그중 내가 쉽게 누구인지 알아 낼 수 있었던 사람은 톰 행크스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 외에는 잘 기억이..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 보았다. 노숙하다가 일어나는 사람들, 아이와 함께 오는 사람들.. 방송 기자들.. 경찰들... 

 미국의 방송들도 각각 정치색들을 띠고 있어 각 방송마다 논조가 다르다. 그중 MSNBC는 오바마 민주당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거의 오바마의 전용 방송국이라 할 만한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FOX는 전형적인 공화당의 논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FOX의 논조를 보면 오바마가 악마에 가깝게 느껴진다고 한다. 나름 중도를 표방하고 있는 CNN의 경우에도 사람들은 민주당 성향이 있는 방송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외 ABC나 CBS 등의 방송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상당 방송사가 민주당의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라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당 방송과 신문이 한나라당의 논조 즉 보수 혹은 우파의 논조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이곳 미국에서는 상당 신문이나 방송이 민주당 즉 좌파, 진보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공식적인 자료를 인용한 것은 아니고 주변 미국인들에게 들은 귀동냥이므로 정확한 사실이라고 하기에는 큰 무리가 있기는 하지만, 이곳 사람들의 느낌은 전달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역시나 오바마 민주당을 지지하는 MSNBC는 대형 부스를 설치하고 취임식을 중계하고 있었다.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 행사가 진행이 되기 시작하였다. 대형 스크린에 버락 오바마나 미쉘 오바마, 혹은 오바마의 딸들이 나올때면 수많은 관중들은 미국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였다. 이곳에 모인 상당수가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일까? 조지 부시가 화면에 나오자 모두 하나같이 야유를 퍼붇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날씨가 약 영하 1~2도 정도로 미네소타에 비하여 추운 날씨는 아니었으나 한곳에 가만히 서있어야 하는 장소의 특성상 꽤나 춤게 느껴졌다. 수많은 인원들이 모일 것을 감안하여 광장의 양쪽에는 간이 화장실이 일렬로 배치되어 화장실에 대한 불편함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행사가 진행되고 사회자는 입장하는 주요 인사들을 하나둘 소개하며 행사가 진행되었다. 전임 대통령들도 다수 참석하였는데 대부분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 들이었고, 조지 부시 대통령의 부친인 조지 부시 시니어 전대통령도 참석하였다. 그 후 오바마의 두 딸이 입장하자 엄청난 환호성이 쏟아졌으며, 모두 미국 국기를 흔들며 축하해 주었다. 이후 현 퍼스트 레이디인 조지 부시의 아내가 입장하였고 (아쉽게도 이름을 기억 못하겠다.) 이제 곧 퍼스트 레이디가 될 미쉘 오바마가 입장하였다. 모두 환호성을 지르는등 축제 분위기가 연출 되었다. 드디어 곧 대통령이 될 버락 후세인 오바마의 등장!! 정말이지 주변 건물들이 무너질 듯한 환호성이 들렸고 수많은 사람들이 흔드는 미국 국기로 멋진 광경이 연출 되었다. 항공 촬영된 이러한 장면은 대형 스크린을통하여 확인할 수 있었다.

  행사가 시작 되면서 초청 가수의 노래도 이어졌다. 이곳 미국이 기독교 국가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오직 미국 달러를 사용할 때 밖에 없었다. 사실 일상 생활에서 이곳이 기독교 국가라고 느끼기는 어렵다. 다만 미국 달러화에 적혀 있는 "IN GOD WE TRUST"를 볼때 아! 이곳이 기독교 국가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또한번 느낄 수 있었다. 행사의 초입 부분에 목사가 나와 이곳에 참석한 모든 인사들과 관람객들과 함께 기도를 하는 것이었다. 관람하던 수많은 사람들도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두손을 맞잡고 기도를 하는 광경이 연출되었다. 순간 나는 사진을 찍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었다. ㅠ.ㅠ 기독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은 물론 기도를 하지 않았겠지만 정말 거의 대부분이 기도를 하는 것 처럼 보였다.

 그후 다시 축하 공연이 있었고 부통령이 되는 죠 바이든의 선서가 있었다. 이후 다시 요요마의 공연이 이어졌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오바마의 선서가 진행되고 이어 신임 대통령으로서 미국 국민들에게 전하는 첫 연설을 시작하였다. 약 20분 정도의 연설이었으나 기존의 연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연설이었다.스피거 중간에서 사진을 찍는데 집중하느냐고 정확하게 연설 내용을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그 느낌만은 이전의 오바마 연설과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나중에 돌아와서 연설 내용을 확인해 보았지만, 현장에서는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역시나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닌 나로서는 현장의 소음과 두 스피커의 시간차로 인해 연설을 이해하는게 사실 불가능 했었다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ㅎㅎ

 오바마의 연설이 진행되는 중간 중간 수많은 미국 시민들은 환호와 박수, 미국 국기의 물결로 응답하였다. 모두 웃는 얼굴로 역사적인 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오바마의 연설이 종료되자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기 시작하였다. 모두들 이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돌아갈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으리라.. 그래도 상당 미국 시민들은 자리를 지키며 끝까지 행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교황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부분은 내가 자리를 이동해서 어느정도 들을 수 있었다. 나름 재미있는 메시지였다. 피부 색과 인종에 대한 편견을 종식하는 그런 내용이었던듯.. ㅠ.ㅠ

 이렇게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는 역사적인 행사를 경험하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광경을 목격하였고, 가장 미국적인 모습을 본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중간 중간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을때 참 다양한 곳에서 오바마를 축하하기 위해 혹은 역사적인 축제를 몸소 느끼기 위해 이곳에 왔다. 미네소타에서 온 우리도 있었지만, 우리보다 먼 곳에서 온 사람들도 수없이 많았다. 알라스카, 하와이, 캘리포니아 등등.. 캘리포니아에서 차를 몰고 온 사람들도 있었다. 따뜻한 택사스에서 왔다는 아가씨들은 춥다면서 칭얼 거리기도 했지만 역사적인 순간을 분명 즐기고 있었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취임식에 한번도 참석한 적이 없어서 비교할 수는 없었다. 아직까지도 난 우리나라 대통령 취임식에 민간인이 가서 관람할 수 있는지 여부조차 모른다. 사실 여부를 확인한 후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우리나라 대통령의 탄생 순간 또한 만끽하여 보고 싶다. 이왕이면 현 대통령이 물러나면서 새롭고 훌륭한 대통령이 탄생하는 순간이라면 더 없이 행복 할 것이다. ㅎㅎㅎ 이런말을 블로그에 썼다고 구속되지는 않겠지? 나 지금은 미국에 있으니까 미국 법을 따라야 하는거구.. 미국 법에 따르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거니까.. 서버가 한국에 존재하니까 성립이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허위사실 유포는 아닐테니.. ㅎㅎㅎ

 오후 2시 30분 부터는 퍼레이드가 열렸다 하지만 우리는 돌아오는 길을 염려하여 일찍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를 통해 들은 바로는 미국 각 주에서 참여한 만 삼천여명이 퍼레이드에 참여했다고 한다. 물론 퍼레이드를 관람했더라면 운 좋게 미국의 새 대통령 오바마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겠지만, 워낙 먼거리를 돌아와야 하기에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수많은 인파들로 인해 행사장을 빠져 나오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 인근의 매트로 스테이션을 포기하고 그 다음 정거장을 향해 하염없이 걸었다. 다음 스테이션은 미 국방부 건물인 펜타곤. 강 위의 다리를 건너 하염없이 걸어 펜타곤에 도착, 매트로를 타고 차를 주차해 놓은 곳으로 돌아왔다. 

 사실 특별할 것도 없는 그런 구경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1960년대에 흑인에게 투표권을 부여한지 약 50년 만에 흑인이 대통령이 되는 미국의 민주주의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미국의 흑인 대통령 탄생을 그 외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더이상 미국에 사는 아프리칸 어메리칸(흑인)들이 사회 시스템이나 차별을 언급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흑인이 대통령인 나라에서 흑인들이 못살고 출세하지 못하는 이유가 사회 시스템과 편견, 인종 차별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장에는 수많은 흑인들이 참석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수많은 백인들도 참석했다. 그만큼오바마가 흑인만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아니라는 반증일 것이다. 오바마 이슈의 시작이 흑인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이었지만, 실제로는 그가 걸어온 길과 실패를 딛고 일어선 그의 역사, 오바마라는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지 약 4년만에 대통령에 당선된 모습, IT를 이해하고 국민과 소통하고 소외받는 계층을 배려하는 그의 정책과 모습, 미국의 적성국가들과도 아무런 조건없이 대화를 하겠다는 마음가짐.. 이러한 모든 것들이 그를 미국의 새로운 영웅으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편 이러한 생각이 점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대통령과 비교하게 되고, 스스로 슬퍼지게 되는 아이러니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또한 이제 대통령이 된 오바마를 통해 대한민국의 어떤 한 대통령의 모습이 떠올려 지기도 한다.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인 버락 후세인 오바마가 탄생하였다. 수많은 미국인들이 그를 환영하고 미국이 새롭게 변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수많은 미국인들은 변화를 선택하였고 이제 그 변화를 위해 전진하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대한민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현재까지 행보를 보아 한미 FTA와 미국 쇠고기, 북한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영향이 한국에 긍정적으로 다가올지 부정적으로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와 긍정적인 영향일 주기를 조심스럽게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