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13. 07:35

미국 운전면허 취득기 (Duluth Story 13)

 미국 운전면허 취득기


<Duluth Story 13>

꿈꾸지 않는자 :: 몽포수

 

  2008년 11월 11일.. 우편을 통해서 미국 운전면허증을 받았다. ㅎㅎㅎ 이제 더이상 많은 것들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되었다. 뭐 항상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필요에 의해 들고 다니게 되는 것들... 여권.. 국제 운전 면허증, 한국 운전면허증.. 이제는 미국 운전면허증을 지갑에 넣어 두었기 때문에 더이상 다른 것들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ㅎㅎㅎ 여권을 왜 분실 위험을 감수하고 가지고 다니는 이유는 가끔 맥주 한잔을 하거나 할때 신분증이 필요하고, 또 미국 내에서 운전을 위해서는 국제 운전 면허증과, 여권, 한국 운전면허증 모두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모.. 이젠 더이상 필요 없어졌으니.. 고히 집에다 모셔두어야 겠다. 

 각설하고.. 그래서 이곳에서 내가 운전면허를 취득하게 된 과정을 한번 설명해 보려고 한다.. ^^



미국 운전 면허 (미네소타)

  미국은 중앙 정부에서 운전면허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각 주 정부가 관리한다. 따라서 각 주마다 운전면허 시험이나 그 과정이 사뭇 다르다고 한다. 내가 현재 있는 곳은 미네소타 이므로 미네소타의 운전면허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한국의 경우 운전 면허증을 따기 위해서는 면허 시험장을 찾아 가야 하듯 이곳에서는 DMV ( Department of Motor Vehicles )에 가야한다. 한국처럼 경찰 소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선 그곳에 가면 경찰 제복입은 사람을 볼 수는 없었다. 운전면허는 Class A, B, C, D로 나누어 지는데 이중 Class D 가 일반적으로 취득하는 운전면허증이다. 운전 면허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2개 이상의 신분증을 요구 한다. DMV에서 발행하는 신분증이나, 운전면허증, 혹은 타 주에서 발행한 운전면허증, 캐나다 운전 면허증, 여권, 사회보장번호 증 등이 유효하다. 운전 면허 시험은 크게 Vision Test (시력 측정)와 Written Test(필기 시험), Road Test(주행 시험)의 삼단계로 나누어 진다. 처음에 접수를 하면서 필기시험과 시력 측정을 할 수 있어며, 모두 통과했을 경우 약 2주가 경과한 후에 운전 허가증 (Driving Permit)을 준다고 한다. 이 퍼밋을 받으면 25세 이상의 운전면허증 소지자가 동승한 경우에 차를 몰 수 있다고 한다. 그 이후에 주행 시험을 볼 수 있는데, 자신이 시험볼 차는 자신이 직접 준비해 가야 한다. 렌트를 하든 차를 빌리든 자신의 차를 사용하든 상관 없지만 반드시 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시험을 보기 위해 시험장에 갈때에도 반드시 25세 이상의 운전 면허증 소지자가 동승한 상태에서 가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나는 이미 한국에서 운전 면허증을 가지고 있었고, 국제 운전 면허증 (International Driving Permit)이 있기 때문에 별도의 운전 허가증을 발급 받을 필요가 없었고, 필기 시험 후 바로 실기 예약을 하고 바로 시험을 치를 수 있었으며, 혼자 운전을 해도 전혀 상관이 없는 상태였다.



필기 시험 (Written Test)

  지난 2008년 10월 28일 오전에 미국 미네소타 덜루스에 있는 DMV를 찾아 갔다. 운전면허 시험을 보고 싶다고 하니 신분증을 보자고 한다. 여권을 보여주니 신분증 하나를 더 요구한다. 한국 운전면허증이나 국제 운전 면허증, 이곳 대학의 신분증 모두 안된다고 한다. 적어도 두개 이상의 신분증이 있어야만 한다고 한다. 사회보장번호 증(Social Security Number Card)를 안가져 왔다고 하니, 우선 시험부터 보라고 한다. 로비 한쪽에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는데, 일종의 컴퓨터로 터치스크린을 갖추고 있다. 4번 자리에 가서 앉아 있으면 시험을 시작해 주겠다고 하더니, 헤드폰이 필요하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이곳에는 한국어 버전의 시험이 없다고 영어도 괜찮겠냐고 물어 보길래 한번 해보겠다고 대답하고, 헤드폰을 받아 들고 자리에 앉았다. 헤드폰을 꽂고 잠시 기다리니 화면에 내 이름이 뜨고 시험이 시작된다. 헤드폰에서 문제와 보기를 읽어주는 목소리는 상당히 또렸하고 또박 또박 읽어주었기 때문에 큰 무리 없었다. 다만 모르는 단어가 중간 중간 들어가 있기 때문에 화면에 나온 문제를 다시 읽으면서 뜻을 유추해 가며 문제를 풀어 나갔다. 한국의 토익이나 수능에서의 듣기 평가에 비하면 두배 정도 느린 속도에 두배정도 정확한 발음으로 문제를 들려준다. 이정도로 토익 듣기 평가가 나오면 아마 대부분 만점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ㅎㅎㅎ

  시험 문제는 25문제이고 70점인지 80점 이상이면 합격이라고 하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한문제 풀고 나면 바로 정답 여부를 알려주고 틀렸을 경우 왜 틀렸는지 설명해 준다. 그렇게 한문제 한문제 풀다가 원하면 현재 자신이 몇 문제를 풀었고 몇 문제를 맞추었으며 몇 문제를 틀렸는지 모여준다. 공부를 안하고 갔기 때문에 정확히 아는 문제는 거의 없었다. 그냥 한국에서의 상식과 기본 상식만으로 시험을 하나씩 풀어 나갔다. 속도 제한 문제의 경우 이곳에서 운전하면서 가장 많이 본 30m/h로 무조건 찍었는데 두 문제 모두 맞추었다. 한달 정도 운전하고 다닌 보람이 있다. 그렇게 문제를 20문제 정도 풀었을까? 그냥 시험이 끝났다. 문제도 다 안풀었는데 합격이란다. 남은 문제를 다 틀려도 기준 점수를 넘기 때문에 합격인가 보다. ㅎㅎㅎ

  그렇게 시험에 합격 메시지를 바로 보고 다시 접수 창구로 가서 시험이 끝났음을 알렸다. 직원이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서류를 작성해서 오라고 한다. 서류에는 많은 것들을 적어야 했다. 주소, 이름, 키, 몸무게, 눈 색깔, 신체 기부 여부, 타 면허증 보유 여부등.. 신체 기부는 우선 No에 체크했다. 미국에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왠지 겁나는 질문이기도 하고 이곳에서 사고가 났는데 장기를 기증하고 껍데기만 한국에 돌아가는 것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ㅎ 문제는 키와 몸무게, 눈의 색깔이다. 피트와 인치로 신장을 적어야 하는데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아무 사람이나 붙잡고 1피트가 몇 센티미터인지 물어보고, 1인치는 몇 센티미터인지 물어보고 열심히 계산해서 적었다. 몸무게도 파운드로 적어야 했기에 또 1파운드가 몇 그람인지 물어보고 열심히 계산했다. 그리고 참으로 민망한 건.. 내 눈의 색깔을 모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보통 블랙이나 브라운일거라고 생각했지만 적는 칸에는 세글자만 적을 수 있었다. 블랙이면 BLK인고 브라운이면 BRW인가? 이런 생각을 하다가 내 눈이 검은색인지 갈색인지 나도 모르겠다. 한번도 자세히 드려다 본적이 없으니.. ㅠ.ㅠ 그래서 또 다른 사람에게 물어봤다. 내 눈 색깔이 모냐고... 헐.. 막 웃더니 자세히 내 눈을 들여다 본다. 한 15초 정도 민망하게 서로 마주보고 있다가 내 눈의 색깔은 헤이젤인거 같단다. 어떻게 쓰냐고 물어봤더니 HZL이라고 쓰면 된단다. ㅎㅎ 그렇게 겨우 겨우 서류를 작성해서 가져다 주니, 제일 빠른 주행 시험이 10월 31일 금요일 오전 10시 30분인데 괜찮겠냐고 물어본다.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고 했더니 그때 예약을 잡아 주고, 잠깐 옆에 있는 기계를 보라고 했다. 시력 검사였다. 그 기계를 들여다 보면 4줄 정도로 영어 알파벳이 적혀 있는데, 그중 한줄을 읽으라고 한다. 그냥 알파벳으로 읽을까 하다가 혹시나 발음문제로 틀렸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알파벳 통신 발성법을 이용해 읽었다. 예를 들면 A는 알파, B는 브라보, C는 찰리 등등.. 다 읽고 나니 번쩍거리는 쪽을 알려달라고 한다. 양쪽 눈 바깥쪽에 번쩍이는 불빛이 보이길래 양쪽 다 보인다고 했더니 통과라고 하면서, 밝게 웃는다. 영어도 어눌한 넘이 발성법으로 알파벳을 읽어서 그런가?? 통신병 출신의 위력이다! ㅎㅎㅎ 가끔은 군대 경험도 사회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ㅋㅋㅋ 암튼 그렇게 마무리 했다. 직원이 서류에 대한 영수증은 두번째 신분증을 가져오면 주겠다고 한다.

  그렇게 첫 관문을 무사히 통과했다. 아무런 영수증이나 합격증을 받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한번에 시험을 통과했다. ㅎㅎㅎ


 

주행 시험 (Road Test)

  2008년 10월 31일.. 떨리는 가슴을 안고, 주행 시험을 보러 갔다. 운전 시험 자체 보다는 차량 검사를 통과할지 여부가 더 떨렷다는.. ㅎㅎ 375불 주고 산 차로 시험을 치루는 것이니 아마 시험관도 약간 걱적이 앞섰을지도 모른다. 시험장에 도착해서 접수를 하고, 차에 앉아서 기다리니 시험관이 나와 이름을 확인하다. 우선 차의 외관과 각종 라이트들을 점검한다. 헤드라이트, 하이빔, 좌우측 깜빡이 브레이크 등을 확인하고 차에 시험관이 탑승한다. 첫번째 질문은 차에 타서 제일먼저 무엇을 해야 하냐고 물어본다. 이미 나는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었기에 안전벨트를 손으로 가리키며 안전벨트라고 말했더니, 그 다음을 물어본다. 순간 머리속이 하얗다. 대답을 못하고 있으니 질문을 이해 못한 줄 알고 시험관이 질문을 다시 한다. 이번에는 조금더 자세하게 물어본다. 차에 탑승하고 안전벨트를 한 후에 각종 거울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끔은 영어 못하는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ㅋㅋ 그래서 내 신체에 맞추어 좌석을 세팅하고, 리어미러와 사이드 미러를 내 시야에 맞추어서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대답을 했다. 그 다음엔 비상등(4 way emergency light? 대충 이렇게 말했던듯)을 어떻게 켜는지 시범을 보이라고 해서 보여주었다. 앞 유리(윈쉴드)에 성에를 제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범을 보이라고 해서 유리창쪽으로 에어컨을 최대로 틀었다. 예상치 못했던 질문들이 나와 상당히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꿋꿋히 해내었다. ㅋㅋㅋ 그러고 나서 든 생각은 에어컨이 아니라 히터를 틀었어야 했나? ㅠ.ㅠ 근데 그날 오전에 비가 왔었고 평소 습관대로라면 에어컨을 틀어야 빨리 뿌연것들이 사라지니까 맞겠지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 다음은 경적을 울려 보라고 했는데 이 고물 차가 경적이 울리지 않는다. 차를 사고 한번도 울려보지 않아서 동작 하지 않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ㅠ.ㅠ 그리고 차의 보험 증명을 보여달라고 해서 차량 보험증을 보여주고 시험에 돌입했다. 시험은 시험관의 지시에 따라 운전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최대한 안전 운전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과장된 몸짓으로 사주경계를 하고 천천히 후진을 해서 주차 장소에서 차를 빼고 차를 아주 천천히 몰았다. 시험장 뒷편으로 가서는 세개의 깃발들 사이에 후진 주차를 하라고 했다. 한국에서 운전 경력이 10년이 넘는 내가 주차를 못할리가 있으랴? 걍 한번에 집어 넣고 다시 나왔다. 지시에 따라 큰 도로에 들어갔다가 다시 작은도로로 나오고 스탑 사인이 있는 교차로들을 무수히 지나가다 보니 저 멀리 다시 깃발 세개가 보인다. 이번엔 그곳에 평행 주차를 하라고 한다. 미국의 차들이 대부분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주차 공간이 상당히 컷다. 그래서 나의 작은 차로는 한번에 들어갈 수 있었기에 그냥 한번에 후진 평행 주차 성공... 그리고 다시 출발.. 차선을 바꿀 때에는 직접 고개를 돌려 사각지대를 눈으로 확인한다는 걸 보여주길 위해 과장된 몸짓으로 고개를 돌리기도 했었다. ㅎㅎㅎ 그 후 언덕길 주차하라고 해서 언덕길에 주차하고.. 순간.. 머뭇.. 분명히 이거는 브레이크와 기어가 풀렸을 경우를 대비해서 바퀴를 어느쪽으로 돌리는지 확인하는 거 같았다. 순간적으로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뒷바퀴가 인도에 걸려야 하는지 앞바퀴가 걸려야 하는지 생각해 보니 앞바퀴가 걸리는게 맞는거 같아 왼쪽으로 앞바퀴를 최대한 돌렸다. 그리고 다시 출발해서 다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시험장 앞에 도착..

  잠시 고요한 적막이 흐르고 시험관이 말을 한다. 합격이라고.. 하지만 세 가지 지적 사항을 말해준다. 첫째 언덕주차 후에 다시 출발할때 깜빡이를 켜지 않았다는 것과 스탑 사인이 있는 교차로에서 교차로 이전에 정차하는 것, 그리고 너무 천천히 달릴 필요 없고 차가 없을때는 좌회전시 정지할 필요 없이 바로 가라는 것이었다. 사실 자회전은 안전 운전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정지한 것이다. 미국 교차로에는 특별히 정지선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항상 어디에 정지해야 하는지 몰랐는데, 시험관 말로는 교차로 이전에 충분한 보행자 공간을 두고 정차하라고 했다. 그리고 깜빡이는 긴장을 해서 실수 한것이니 할말 없다. ㅠ.ㅠ 다시 DMV에 들어가서 데스크에 가니 직원이 축하한다는 말을 해준다. 서류 작업을 마무리 하고 운전면허증 발급 비용 24불을 지불했다. 그리고 한켠에 마련된 곳에서 사진을 찍고 모든 일이 끝났다.



마무리.

 그러고 나서 정확히 10일이 지나고 운전면허증을 우편으로 수령했다. 미니에폴리스 같은 대도시에서는 최대 4주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했는데 이곳은 작은 도시라서 그런지 10일 만에 운전면허증을 받을 수 있었다. ㅎㅎㅎ 혼자 힘으로 이리 저리 부딪히며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고 나니 가슴 한편으로 뿌듯하다. 이제 나도 맥주 하나를 살때 여권이 아니라 운전면허증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ㅎㅎㅎ 

 미국에 온 이후로 미국 신분증이 두개 생겼다. ㅎㅎ 학교에서 주는 신분증인 U-Card는 현금카드 기능은 물론 버스 카드 기능도 한다. 더욱이 덜루스 시내 버스는 이 카드를 사용하면 모두 무료라는 사실.. ㅎㅎㅎ 우리나라 대학들도 이런 시스템 도입하면 많은 호응을 얻지 않을까 싶다. 지하철과 버스 무료!! 등록금 올려서 기금 마련하지 말고 실질적인 이런 서비스를 학교에서 제공하면 참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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